생활의 경제

수출도 양극화… 반도체 웃고 자동차 우는 이유

asitis1 2026. 1. 2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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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억 달러 시대, 그 이면의 양극화

2025년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7097억 달러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전년 대비 3.8% 증가한 수치로, 한국은 세계에서 6번째로 연간 수출 7000억 달러를 달성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무역수지 역시 78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017년 이후 최대 규모를 달성했죠.

하지만 이 놀라운 성과의 이면에는 극명한 수출 양극화 현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은 AI 데이터센터향 견조한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고정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인 1734억 달러를 기록한 반면, 자동차를 비롯한 다른 주력 산업들은 여러 대내외적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출 양극화는 단순한 통계상의 차이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1. 반도체와 자동차, 엇갈린 운명

(1) 반도체: AI 혁명이 만든 슈퍼사이클

반도체는 4월부터 9개월 연속으로 해당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명실상부한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25년 반도체 수출은 1734억 달러로 전년 대비 22.2% 증가했으며, 전체 수출의 24.4%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호황의 배경에는 인공지능 혁명이 있습니다.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주력 반도체 상품인 DDR5(16Gb) 고정가격은 2025년 1분기 3.93달러 수준에서 4분기 16.33달러로 4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의 빠른 성장이 수출 증가를 주도한 것이죠.

12월에는 반도체 수출이 43.2% 증가한 208억 달러를 기록해 월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한 해 동안 5차례나 최대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이 단순한 회복을 넘어 슈퍼사이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2) 자동차: 미국 관세와 현지화의 이중고

반도체와 대조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복합적인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수출은 미국의 고관세 부과와 전기차 생산 현지화 영향으로 조정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생산도 일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이후 협상을 통해 15%로 조정되었지만 구조적 비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대차·기아는 가격을 동결하면서 관세 비용을 흡수하는 조치로 버티며 미국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섰고, 그 결과 1분기 영업이익률이 8.2%에서 3분기 5.4%로 하락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수출은 미 관세 영향으로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은 감소했으나 하이브리드·중고차 수출 호조로 EU·CIS 등으로 수출이 증가하며 720억 달러를 기록,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 수출이 30% 증가하고, 중고차 수출이 78% 급증하면서 일부 상쇄 효과를 보였죠.


2. 다른 주력 산업의 부진

(1) 9개 품목 동반 하락

수출 양극화는 반도체와 자동차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반도체를 포함한 6개 품목만 증가했고, 나머지 9개 품목은 감소했습니다. 일반기계는 469억 달러로 8.3% 감소했고, 석유제품은 455억 달러로 9.6%, 석유화학은 425억 달러로 11.4%, 철강은 303억 달러로 9% 각각 감소했습니다.

자동차부품(212억 달러, 5.9% 감소), 디스플레이(170억 달러, 9.4% 감소), 이차전지(72억 달러, 11.9% 감소) 등도 수출이 줄었습니다. 특히 금속제품과 석유화학 업종은 글로벌 공급 과잉 등 구조적 문제로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관세 충격이 더해질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2) K자형 회복의 딜레마

자동차와 기계장비는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미국으로의 수출 감소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제조업은 수출 호조로 호전되는 반면, 내수 중심의 비제조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 K자형 회복 구도 하에서 정책 당국의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3. 2026년 전망과 과제

(1) 반도체 성장세 지속 전망

2026년에도 AI 데이터센터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IT 및 K-컬처 관련 제품이 수출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며, 반도체는 슈퍼사이클의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중국의 범용 메모리 시장 잠식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2) 자동차 산업 회복 기대

수출은 미 관세 15% 적용 확정, 입항수수료 유예 등으로 대미 통상 리스크가 완화되고, 글로벌 하이브리드 선호, 유럽 환경 규제 강화, 국내 EV 신공장 가동 본격화 등으로 증가 전환하여 275만 대가 예상됩니다. 현대 울산 전기차 신공장, 기아 광명·화성 EVO 플랜트 등 국내 친환경차 생산 능력 강화가 수출 회복을 뒷받침할 전망입니다.

(3) 시장 다변화의 성과

대아세안 수출은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전체 수출을 견인하며 7.4% 증가한 1225억 달러를 기록, 수출 비중도 2024년 16.7%에서 2025년 17.3%로 증가했습니다. 아세안의 수출 비중이 미국(17.3%)과 동일한 수준에 도달한 것은 시장 다변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결론: 균형 잡힌 성장을 향하여

7000억 달러 수출 달성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하지만 반도체 독주와 다른 산업의 부진이라는 수출 양극화 구조는 지속 가능한 성장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전환할 경우 한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반도체 외 산업의 경쟁력 강화, 수출 시장 다변화, 신성장 동력 발굴 등 균형 잡힌 수출 포트폴리오 구축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특히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전통 주력 산업의 구조 개선과 함께, 바이오헬스, 농수산식품, 화장품 등 새롭게 부상하는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미국 관세 리스크에 대비한 현지 생산 확대와 대체 시장 개척도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수출 양극화를 넘어 모든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갈 때, 우리 경제는 진정한 7000억 달러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