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경제

2025 소비생활 만족도 급락… 고물가·고금리 직격탄

asitis1 2025. 12. 23. 10:34

리의 일상이 말하는 경제 위기

올해 초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문득 계산대 앞에서 멈칫했습니다. 같은 품목을 담았는데 작년보다 2만 원이 더 나온 영수증을 보며, 이것이 단지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12월 19일 발표한 '2025 한국의 소비생활지표'에 따르면, 올해 소비생활 만족도는 63.7점으로 2년 전보다 4.4점이나 급락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1만 명의 소비자가 체감하는 경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입니다.

식비와 주거비가 치솟고, 대출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우리의 소비생활 만족도는 바닥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생활비만 빠르게 오르는 구조 속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요?

 

1. '의식주'에서 '식금주'로 - 소비 우선순위의 대전환
1-1. 생존을 위한 선택, 식품이 1순위로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생활 분야는 '식품·외식'(29.0%), '금융·보험'(10.8%), '주거·가정'(10.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전통적으로 한국인의 필수 소비를 상징하던 '의식주(의류·식품·주거)'의 공식이 '식금주(식품·금융·주거)'로 완전히 바뀐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큰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옷을 사는 것은 미룰 수 있어도, 먹는 것과 살 곳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융·보험이 2위로 급상승한 것은 고금리 시대에 대출 이자 부담과 자산 관리에 대한 불안이 극도로 높아졌음을 의미합니다.

1-2. 연령대별로 다른 고민, 공통된 걱정
특히 50대(14.3%), 40대(12.0%), 30대(11.6%) 순으로 금융·보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장년층일수록 노후 준비와 자녀 교육비, 주택 대출 등으로 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한편 지난해 39세 미만 가구의 식료품비와 주거비 지출이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보다 1.9%포인트 상승한 49.3%를 기록했습니다. 젊은 세대는 벌이의 절반을 먹고사는 데만 써야 하는, 말 그대로 '생존형 소비'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2. 만족도 급락의 핵심 원인 분석
2-1. 고물가: 공식 통계와 체감 물가의 괴리
2025년 11월 한국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2.4%로 중앙은행의 2% 목표치를 세 번째 달 연속 초과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식료품, 외식비, 공과금 등 생활필수품의 가격 상승률이 평균을 크게 웃돌기 때문입니다.

마트에서 사는 계란, 고기, 채소의 가격이 5% 이상 오르고, 동네 식당의 점심 메뉴가 1만원을 넘어서면서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월급은 2~3% 오르는데 생활비는 5% 이상 오르니, 살림살이가 나아질 리 없습니다.

2-2. 고금리: 이자가 월급을 잠식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3%대를 유지하면서, 가계대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습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의 금리는 7%를 넘나들고, 주택담보대출도 4~5%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월 대출 이자만 50만원 이상 나가는 가구가 속출하면서, 실제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소비생활만족도가 63.7점으로 지난 조사보다 4.4점 하락한 것은 이러한 경제적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2-3. 금융·보험 만족도 최저, 정보 불균형이 문제
분야별로는 '생활위생·미용'에 대한 만족도가 72.1점으로 가장 높았고, '금융·보험'은 66.2점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금융 상품은 너무 복잡하고, 설명은 어렵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공통된 불만입니다.

보험 약관은 전문가도 이해하기 어렵고, 펀드 수익률은 예측할 수 없으며, 은행 대출 상품은 조건이 제각각입니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과 금융 이해력 부족이 만족도를 끌어내리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3. 소비자의 선택과 대응 전략
3-1. 지속가능한 소비로의 전환
소비자의 55.5%는 가격이 높아도 수리가 용이한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천하기 위해 수리하더라도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2023년 41.4%에서 2025년 51.7%로 10.3% 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절약을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현명한 변화입니다. 싸게 사서 자주 버리는 것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결국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3-2. 디지털 플랫폼 활용의 증가
조사 결과 소비자의 73.1%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소비했습니다. 특히 모바일 쇼핑 이용률이 91.8%로 가장 높았고, 금융 플랫폼은 45.3%로 지난 조사 대비 이용률이 7.0%포인트 증가해 상승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습니다.

온라인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할인 쿠폰을 활용하며, 정기배송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가계부 앱으로 지출을 관리하고, 금융 앱으로 자산을 점검하는 것도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3-3. 실천 가능한 절약 전략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합니다.

첫째, 식비 절감을 위해 대형마트의 1+1 행사와 할인 쿠폰을 적극 활용하고, 온라인 공동구매나 정기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둘째, 금융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구독 서비스를 정리하고, 고금리 대출은 저금리 상품으로 대환하는 것을 검토해야 합니다. 마이너스 통장 대신 정책금융 상품을 활용하면 이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셋째, 에너지 바우처나 난방비 지원 같은 정부 지원 제도를 적극 신청하고, 무료 금융 상담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결론: 위기를 기회로, 현명한 소비자로 살아가기
2025년 소비생활 만족도 급락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보여줍니다. 고물가와 고금리, 그리고 주거비 부담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소비자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동시에 변화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식금주'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절약이 아니라,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선택적 소비입니다. 싸다고 무조건 사는 것이 아니라, 오래 쓸 수 있고 실제로 필요한 것을 고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한국은행의 2025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112.4로 전월 대비 2.6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는 작은 회복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회복은 통계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생활의 안정에서 비롯됩니다.

2026년을 준비하는 지금, 우리는 각자의 소비 패턴을 점검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을 관리해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도 고물가 억제와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소비생활 만족도를 회복하는 길은 결국 우리 모두의 현명한 선택과 노력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