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경제

가계부채 비율은 내려갔는데 왜 더 힘들까? 청년·자영업자 이자 부담의 역설

asitis1 2025. 12. 22. 11:29

숫자와 체감의 괴리
2025년 12월 현재,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부채 통계를 보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변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5년 1분기 기준 89.5%로 전 분기 89.6%에서 소폭 감소했으나, 2분기에는 89.7%로 다시 상승했습니다. 3년 만의 반등이죠.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리에서 만나는 청년들과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는 전혀 다릅니다.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이자가 너무 많아 살기 힘들어요." 통계는 개선되는데, 왜 삶은 더 팍팍해진 걸까요? 이 역설의 핵심은 평균과 실질의 괴리에 있습니다.

1: 가계부채 비율 하락, 그 이면의 진실
1-1. 통계상 개선의 세 가지 요인
2025년 1분기 가계부채는 GDP 대비 89.5%로 전분기보다 낮아졌습니다. 이러한 감소는 세 가지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첫째, 고금리로 인한 신규 대출 억제입니다. 한국은행은 2024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으나, 11월 현재 2.5%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둘째, 여유자금이 있는 고소득층의 조기 상환입니다. 명목 GDP가 증가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감소하는 효과도 나타났죠. 부채 절대액보다 경제 규모가 더 빠르게 커지면서 비율상으로는 부담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개선이 선별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상환 여력이 있는 계층은 부채를 줄였지만, 그렇지 못한 청년층과 자영업자는 오히려 이자 부담만 가중되는 구조적 양극화가 발생했습니다.

1-2.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한 가계신용
2025년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68조 3,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비율은 변동을 보였지만 절대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3분기에만 14조 9,000억 원이 증가했는데, 이는 2분기 25조 1,000억 원보다는 약 40% 감소한 수치입니다.

증가 속도는 둔화됐지만, 가계가 짊어진 부채의 절대 규모는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입니다.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7월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되었지만, 이것이 바로 통계와 체감이 엇갈리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2: 청년층, 저금리 대출의 덫에 갇히다
2-1. 금리 인상이 청년에게 미친 충격
청년층은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2020년대 초반 역대 최저 금리 시기에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을 빌린 청년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당시 연 2% 미만이던 대출금리가 현재는 4~6%대로 두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월 250만 원을 버는 청년이 2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금리 2% 일 때 월 이자는 약 33만 원이었지만, 금리 5%로 오르면 월 이자가 83만 원으로 증가합니다. 무려 50만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죠.

더욱이 청년층은 대출 원금 상환 여력이 부족해 이자만 겨우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득 대비 이자 부담 비율이 급증하면서 생활비를 줄이거나 추가 대출을 받는 악순환에 빠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2-2.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 방법
하지만 청년들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정부와 금융권이 마련한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25년부터 전세자금 대출 한도가 1억 2,000만 원까지 확대됐고, 금리도 연 1.8%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햇살론 유스는 청년들을 위한 저금리 정책 대출로, 대학생부터 취업 준비생, 사회초년생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연 3.6~4.5% 수준의 금리로 최대 1,2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으며, 최대 15년 상환 기간에 거치 기간 3년을 포함하고 있어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청년도약계좌는 만 19~34세 청년이 5년간 매월 70만 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하면 정부가 매월 최대 3만 3천 원의 기여금을 지급합니다. 비과세 혜택까지 더해져 목돈 마련에 유리합니다. 2026년부터는 청년미래적금으로 전환되어 더 유연한 조건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프리워크아웃 제도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연체 90일 이상 또는 상환 곤란한 청년을 대상으로 채무 조정, 이자 감면, 상환 유예를 지원합니다. 학자금 대출의 경우 미취업 또는 소득 2 분위 이하 청년에게 이자 및 원금 상환 유예를 제공합니다.

 

3: 자영업자의 생존 투쟁
3-1. 고금리와 수익 감소의 이중고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코로나19 시기 생존을 위해 받았던 사업자 대출의 이자 부담이 급증한 데다가, 경기 침체로 매출까지 감소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죠.

자영업자 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 상품입니다. 정책금리가 단기간에 상승하면서 기존 대출의 이자 부담이 폭증했습니다.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는 신용등급이 낮아 금리 인상폭이 더 크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5억 원의 사업자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가 금리 상승으로 연 이자가 1,000만 원에서 2,500만 원으로 증가했다면, 월 125만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합니다. 동시에 고물가와 소비 위축으로 매출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3-2. 자영업자를 위한 실질적 지원책
은행권은 폐업 예정 차주에게 연 2.84% 수준의 금리와 최대 30년 분할상환을 제공하는 폐업지원대환대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대출을 유지하던 사업자도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맞춤형 채무조정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새 출발기금은 2025년 지원 대상이 확대되었습니다.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고려해 만기 연장, 금리 인하 등으로 채무를 조정해 재기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취업·재창업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업자는 원금 감면율 최대 10% 포인트 우대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 정책자금은 연 2~3%대의 저금리로 최대 7년간 장기 분할상환이 가능합니다.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서를 활용하면 담보 없이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이자환급 지원사업을 통해 1년간 납입한 이자의 일부를 환급받을 수도 있습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상인들에게는 카드 수수료 환급, 상점환경 개선 비용도 지원됩니다. 매출액 구간별로 기존보다 0.05~0.1%포인트 인하된 카드 수수료율이 적용되어 부담을 덜어줍니다.

 

4: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 노력
4-1. 개인 차원의 대응 전략
가계부채 이자 부담에 직면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첫째, 본인의 대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대출금리, 상환방식, 만기일 등을 체크하고, 고금리 대출부터 우선 상환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둘째, 저금리 대환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시중은행의 고금리 대출을 정책금융으로 전환하면 이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재단 등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셋째, 가계부를 작성하며 지출을 관리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남는 돈은 대출 원금 상환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자 부담을 줄이는 길입니다. 월 10만 원이라도 원금을 갚으면 향후 이자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4-2. 사회적 연대와 제도 개선
개인과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변동금리 중심의 대출 구조를 개선하고, 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활성화하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금리 변동 위험을 개인이 전부 떠안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미국처럼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 일반화되면, 금리 변동에 따른 가계의 충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정부는 고정금리 대출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보증 지원을 확대하여 금융기관의 참여를 유도해야 합니다.

금융교육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청년들이 대출을 받기 전에 이자 부담과 상환 계획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학교 교육과정에 실질적인 금융 이해력 향상 과목을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결론: 함께 만드는 해법
거시경제 지표의 개선이 반드시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가계부채 비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취약계층의 실질 부담은 여전히 높습니다. 통계의 평균이 아니라, 누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청년과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개인의 노력, 정부의 지원, 금융권의 협력, 그리고 제도 개선이 함께 만나야 해결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균이 아닌 실질을 보는 눈이며, 함께 해법을 만들어가는 연대의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