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경제

청년 삶의 질 경고등, 건강·소비 구조까지 흔든다

asitis1 2025. 12. 19. 17:57

통계가 증명하는 청년 위기의 확산

청년 삶의 질 저하가 이제 경제 구조 전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16일 발표된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는 청년 문제가 단순히 정신건강 차원을 넘어 소득, 소비, 건강관리 전반에 걸쳐 악순환을 만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청년 가구의 부채 비율이 187.4%로 전체 가구를 넘어섰고, 20·30대 월평균 소비액은 10년 전보다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번아웃과 비만, 우울증은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청년들의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청년 삶의 질 악화가 어떻게 건강과 소비 구조를 동시에 무너뜨리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출처:국가데이터처,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 ( 첫 발간 2024.12.16)



1. 욜로에서 요노로, 극단으로 치닫는 소비 구조
청년들의 소비 패턴이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2010년대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가 지배적이었다면, 2024년 현재는 '요노(YONO, You Only Need One)'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던 욜로 소비는 이제 꼭 필요한 것만 사는 절약형 소비로 완전히 전환되었죠.

이러한 변화는 통계로 명확히 드러납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30대의 월평균 소비액은 2014년 257만 원에서 2024년 248만 원으로 오히려 9만 원 줄었습니다. 평균소비성향은 2014년 대비 2024년에 전체적으로 3.3% p 하락했으며, 특히 60대의 평균소비성향이 69.3%에서 62.4%로 가장 크게 감소했습니다.

구체적인 소비 행태 변화도 뚜렷합니다. NH농협은행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20~30대의 일평균 택시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21% 줄어 다른 연령대(3% 감소)보다 큰 감소폭을 보였습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지난해 20~30대의 수입 신차 등록 대수가 4만 8천대로 전년 대비 17.9%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알바천국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71.7%가 최소한의 소비를 지향한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절약 방법은 외식이나 배달 대신 집밥 먹기였으며, 특히 식비와 의류, 미용 등에서 가장 많이 절약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출처:*대한상공회의소, 세대별 소비성향 변화와 시사점 (2024) / NH농협은행, 2024년 상반기 소비 트렌드 / 한국수입자동차협회]

 

2. 소득은 정체, 부채는 폭증하는 청년 경제
청년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소비 위축의 근본 원인입니다. 청년 개인의 연평균 소득은 2,625만 원으로 월로 환산하면 약 219만 원 수준입니다. 그러나 평균 부채는 1,637만 원에 달하며, 문제는 부채 증가 속도입니다.

2012년 청년 가구의 부채 비율은 84.3%로 전체 가구(156.8%)의 절반 수준이었으나, 2021년 187.4%로 전체 가구(174.0%)를 넘어선 이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습니다. 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고, 고금리의 장기화로 인해 부채 상환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청년층의 경제적 지출 여력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소득 격차도 심각합니다. 수도권 청년의 평균 소득은 2,752만 원인 반면, 비수도권은 2,472만 원으로 280만 원의 차이가 납니다. 지역 간 소득 격차는 청년들을 수도권으로 내몰고, 높은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출처:국무조정실,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2024.03.11) / 나라살림연구소, 청년 소비 트렌드 변화 동향]

 

3. 생존형 소비로 전락한 청년의 지갑
청년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213만 원입니다. 이 중 식료품비가 80만 원으로 37.6%를 차지하며, 교통비 22만 원, 오락·문화비 18만 원이 뒤를 잇습니다. 문제는 필수 생활비가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저축이나 투자 여력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오픈서베이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약 80%가 현재 한국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63.0%는 향후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직전 위기감이 컸던 2019년보다도 악화한 수준입니다.

이에 따라 청년들은 소비에서 재미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절약 소비를 강화하는 양극화된 패턴을 보입니다. '도파밍(도파민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와 '무지출 챌린지'가 공존하는 것이 2024년 청년 소비의 특징입니다. 충동구매를 줄이고 목적구매 성향이 확산되면서 필수재 위주의 소비패턴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출처:국무조정실,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 오픈서베이, 2024 소비 트렌드 분석]

 

4. 건강 악화가 만드는 경제적 부담
청년들의 건강 문제는 곧 경제적 부담으로 직결됩니다. 2024년 청년 32.2%가 번아웃을 경험했고, 30대 남성 비만율은 50.4%에 달합니다. 우울증 환자는 2018년 약 75만 명에서 2022년 약 100만 명으로 33% 급증했으며, 20·30대 환자 비율도 26%에서 36%로 증가했습니다.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진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2023년 본인부담상한제 적용 대상자는 201만 1,580명으로 전년 대비 14만 3,035명(7.7%) 증가했으며, 지급액은 2조 6,2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70억원(6.4%) 증가했습니다. 1인당 평균 약 131만 원의 의료비를 본인이 부담한 후 환급받은 것입니다.

특히 소득하위 50% 이하 대상자와 지급액은 각각 176만 8,564명과 1조 9,899억 원으로, 전체 대상자의 88%와 지급액의 75.7%를 차지해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이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신건강 전문가 상담이 필요했지만 받지 못한 청년의 38.6%가 '비용 부담'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경제적 이유로 방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출처:국가데이터처,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우울증·불안장애 진료현황 / 국민건강보험공단, 2023년 본인부담상한제 지급 현황]

 

5.미래 설계를 포기한 청년들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 자체를 접고 있습니다. '노력하면 계층이동이 가능하다'라고 믿는 청년은 27.7%로 10명 중 3명도 되지 않습니다. 사회초년생 강선우(28, 가명) 씨는 "소득이 있어도 최근 물가를 반영하면 고정지출로 대부분이 나간다. 학자금 대출 갚느라 저축할 돈도 없다"라며 "혼자 살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어떻게 내 집을 마련하고, 결혼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토로했습니다.

결혼과 출산 계획도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30~34세 남성 미혼율은 2000년 28.1%에서 2024년 74.7%로 46.6%p 증가했고, 여성은 10.7%에서 58.0%로 47.3% p 늘었습니다. 20대는 사실상 결혼을 거의 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미혼 청년 중 향후 결혼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3.1%였지만, 실제 실행 가능성은 불투명합니다. 자녀 출산 의향도 59.3%에 그쳤습니다. 경제적 부담과 미래 불확실성이 청년들의 생애주기 설계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출처:국가데이터처,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 ( 첫 발간 2024.12.16)]

 

6. 주거 빈곤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
청년 1인 가구 비율은 2024년 25.8%로 2000년(6.7%)에서 4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주거의 질입니다. 청년 가구의 주택 이외 거처(고시원, 고시텔 등) 비율은 5.3%로 일반 가구(2.2%)의 2배 이상입니다.

주거비 부담도 심각합니다. 자가 가구의 주택가격 평균은 4억 5천만 원이며, 전세보증금 평균은 2억 3천만 원, 보증부 월세의 보증금 평균은 2,900만 원에 월세 41만 원입니다.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주거정책(1순위)은 주택구입자금 대출(31.3%), 전세자금 대출(25.0%), 월세 등 주거비 지원(20.7%) 순이었습니다.

독립생활하는 청년의 주거 선택 기준은 통학·통근(39.2%), 주거비(29.7%) 순으로, 주거의 질보다 경제성과 접근성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출처:국무조정실,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2024.03.11)]

 

7. OECD 최하위권 삶의 만족도
청년(15~29세)의 삶의 만족도는 6.5점으로 OECD 38개국 중 31위에 불과합니다. OECD 평균 6.8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일자리에 만족하는 청년은 36%, 소득에 만족하는 청년은 27.7%에 그쳤습니다.

청년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요소는 원하는 일자리(95.9%), 좋은 인간관계(94.7%), 높은 소득과 많은 자산(93.0%) 순입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모두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고 있습니다.

청년층의 소득 갈등 인식은 75.7%로 매우 높았으며, 세대 갈등 72.1%, 성별 갈등 66.6%가 뒤를 이었습니다.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과 갈등 인식이 높아지면서 청년들은 더욱 고립되고 있습니다.

[출처:국가데이터처,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 ( 첫 발간 2024.12.16)]

 

결론: 청년 경제 살리기가 국가 경제 살리기다
청년 삶의 질 저하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국가 경제 전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욜로에서 요노로의 전환, 건강 악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 소비 위축, 결혼·출산 포기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청년들이 생존형 소비에 갇혀 미래 투자를 포기하면, 내수 시장은 위축되고 경제 성장 동력도 사라집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대한민국의 소비부진은 단순한 불황 때문이 아닌, 한국 사회 전체의 인구·소득·심리 등의 변화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단기 부양책으로 한계가 있으며, 세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활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청년 문제 해결은 복지 차원을 넘어 경제 정책의 핵심입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주거비 부담 완화, 의료비 지원 확대, 부채 경감이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소득을 얻고, 건강을 관리하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건강한 소비 구조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이 가능합니다.

2025년 12월 18일 현재, 청년 삶의 질 경고등은 이미 켜졌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경고를 무시하지 않고, 청년 경제를 살리는 실질적 정책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청년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사회가 곧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