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되돌아온 마이너스통장 대란
연말을 맞아 우리나라 가계대출 시장에 심상치 않은 신호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막힌 대출 수요가 마이너스통장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불과 열흘 만에 6,745억 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주담대 규제에도 불구하고 자금 수요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비싸고 위험한 대출 수단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 현재,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0조 7,582억 원으로 2022년 12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통계 수치가 아닙니다. 우리 가계의 금융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1: 주담대 규제가 부른 예측 가능한 부작용
1-1. 풍선효과의 메커니즘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6·27 대책과 10·15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특히 10·15 대책에서는 2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LTV를 40%로 제한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예상했던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주담대 잔액은 610조 8,646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4,211억 원 감소했지만, 그 자금은 증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라도 자금이 필요한 차주들은 마이너스통장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12월 들어 하루 평균 마통 잔액 증가액은 613억원으로, 11월 하루 평균 증가액 205억 원의 약 3배에 달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풍선효과입니다.
1-2. 연말 총량관리의 역설
금융당국은 연말을 앞두고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강화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2조 61억 원으로 제시했지만, 11월 말 기준 증가액이 2조 8,099억 원으로 목표치를 초과하며 페널티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주담대 창구는 사실상 셧다운되었습니다. 5대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2월 들어 1,790억 원 증가에 그쳤으며, 하루 평균 증가액은 163억 원으로 11월의 504억 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그러나 자금 수요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실수요자들은 잔금 마련, 전세 보증금 보충, 생활비 등으로 급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막힌 주담대 창구 대신, 그들은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을 선택했습니다.
2: DSR 규제의 이중 타격
2-1. 마이너스통장이 주담대 한도를 깎아먹는 역설
더 큰 문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있습니다. 마이너스통장은 실제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한도 전체가 대출로 간주돼 DSR에 포함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연소득 9,000만원인 고객이 대출금리 4%, 만기 30년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최대 5억 4,600만 원을 빌릴 수 있지만, 5,000만 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을 보유하면 한도가 3억 5,900만 원으로 1억 8,700만 원 줄어듭니다.
만약 마통 한도가 9,000만원으로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주담대 한도는 2억 400만 원까지 쪼그라들어 기존보다 3억 4,200만 원이나 감소하게 됩니다.
미리 만들어둔 비상금이 오히려 족쇄가 되는 상황입니다. 규제를 피하려던 시도가 더 큰 불이익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2-2. 스트레스 DSR까지 가세
2024년 9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 2단계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실제 금리에 0.75%포인트를 더한 가상의 금리로 상환 능력을 평가하게 되면서 대출 한도는 더욱 축소되었습니다.
2025년 7월부터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될 예정입니다. 스트레스 금리가 100% 반영되면 대출 한도는 현재보다 더욱 줄어들게 됩니다. 주담대 문턱은 계속 높아지고, 마이너스통장으로의 쏠림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3: 고금리 신용대출로의 위험한 이동
3-1. 주담대 대비 1~3%p 높은 금리 부담
주담대 변동금리는 현재 연 3.98~5.83% 수준입니다. 반면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일반적으로 4.18~4.84% 이상으로 주담대보다 높습니다. 같은 금액을 빌리더라도 연간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추가 이자 부담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1억원을 빌릴 경우, 주담대(4% 가정)는 연 400만 원의 이자가 발생하지만, 마이너스통장(7% 가정)은 연 700만 원으로 300만 원의 추가 부담이 생깁니다.
3-2. 변동금리 위험과 단기 만기
더 큰 문제는 마이너스통장이 대부분 변동금리 상품이라는 점입니다.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부담은 즉각 늘어납니다. 또한 통상 1년 만기로 운영되어 갱신 시마다 DSR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합니다.
최근 코스피가 등락을 거듭하며 변동성을 보이고, 금과 비트코인 가격도 큰 폭으로 움직이면서 마통을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 심리가 강한 상태라고 은행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생활비와 실수요가 아닌 투자 목적의 마통 사용이 늘어나면서 위험은 더욱 증폭되고 있습니다.
4: 내년까지 이어질 대출 빙하기
4-1. 2025년 연초에도 지속될 마통 쏠림
잇단 부동산 대책으로 주담대 한도가 줄면서 10~12월 마통 잔액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연말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신규 주담대가 막힌 만큼 당분간 마통 증가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연말과 연초에는 명절 자금, 교육비, 각종 경조사비 등으로 가계의 자금 수요가 증가합니다. 주담대 창구가 막힌 상황에서 마이너스통장은 유일한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4-2.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의 여파
내년부터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이 상향되면 은행의 자본 부담이 커집니다. 이는 가계대출 확대 유인을 더욱 줄이는 요인이 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초가 되면 풀릴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규제 환경을 감안하면 대출 빙하기가 계절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결론: 대출 총량이 아닌 대출의 질을 관리해야 할 때
정부의 주담대 규제로 표면적으로는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만 바뀌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주담대에서 고금리 마이너스통장으로 이동하면서 가계 재무 구조의 질적 악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총량은 통제됐지만 위험도는 오히려 높아진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규제보다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도 투기 수요는 차단하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개인 차원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마이너스통장은 과감히 해지하고, 사용 중이라면 빠른 상환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투자 목적의 마통 사용은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하루 평균 613억원씩 마통 잔액이 증가하는 현상은 우리 가계가 더 위험한 금융 상품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가계의 금융 건전성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정교한 정책과 함께, 우리 각자가 자신의 재무 상황을 냉정하게 점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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