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불평등이 가져온 세대 간 격차
2024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가구 평균 자산은 5억 4,022만 원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세대 간 불평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50대 이상 고령층이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실물자산 증가의 수혜를 받은 반면, 39세 이하 청년층은 유일하게 자산이 감소하거나 정체된 세대로 기록되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40~50대 중년층의 소득 불안입니다. 통계상으로는 이 연령대의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높은 가계 부채 부담과 자녀 교육비, 부모 부양비라는 삼중고 속에서 실제 체감하는 경제적 안정성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45~59세 중년 임금근로자의 25.4%가 비자발적 사유로 직장을 잃고 있으며, 주된 일자리 평균 퇴직 연령이 49.4세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중년층 소득 불안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실물자산 집중과 중년소득 불안이 결합되면서 세대 간 불평등은 고착화되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점점 더 약해지고 있습니다.
1. 실물자산 집중: 세대 간 자산 격차의 실상
1-1 고령층 중심의 자산 증가
2024년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 4,022만 원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습니다. 이 증가분은 주로 50대, 60대 이상 가구에 집중되었으며,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의 직접적 수혜를 받았습니다.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 증가율이 금융자산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면서 자산 격차가 더욱 벌어졌습니다.
축적된 자산을 바탕으로 하는 재산소득도 고 연령층에서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는 자산 보유 여부가 소득 창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자산이 있는 세대와 없는 세대 간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1-2 청년층의 자산 형성 지연
39세 이하 청년층 가구는 앞선 세대와 비교했을 때 같은 연령대에서의 자산 형성 속도가 현저히 느린 세대입니다.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연령대별 분석 결과를 보면, 청년층의 자산 증가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거나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Y세대가 2334세였던 2020년과 X세대가 2736세였던 시기의 순자산이 거의 맞닿아 있어, 다른 세대는 모두 같은 연령대에서 앞 세대의 순자산을 넘어섰지만 현 청년층만은 자산 형성이 더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청년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주택 등 실물자산의 구성비가 현저히 낮습니다. 이미 높아진 부동산 가격은 청년층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었고,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져온 자산 증식 기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습니다. 2023년 기준 39세 이하 청년층 가구주의 평균 순자산은 2억 3,678만 원으로, 전체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실물자산 보유 비율이 낮은 가운데 금융자산 증가도 제한적이어서 자산 형성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1-3 지역 간 격차까지 더해진 불평등
전국 기준 세대 간 순자산 차이의 평균은 8,032만 원이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는 약 1억 3,500만 원 이상으로 세대 간 자산 격차보다 지역 간 격차가 훨씬 심각합니다. 특히 수도권 지역의 세대 간 순자산 차이가 8,846만 원으로 비수도권 7,777만 원보다 높아, 수도권 청년층의 자산 형성이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2. 중년층 소득 불안: 조기퇴직과 재취업의 벽
2-1 비자발적 조기퇴직의 증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45~59세 중년 임금근로자의 25.4%가 비자발적 사유로 직업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별로는 남성의 23%, 여성의 27.9%가 주 직장에서 원치 않게 퇴직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55세에서 64세인 중장년층의 주된 일자리 평균 퇴직 연령은 49.4세였으며, 여성의 경우 47.4세로 평균 퇴직 연령이 더 낮았습니다. 법적 정년은 60세이지만 실제 퇴직 연령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들의 구조조정, 인건비 절감 압박, 디지털 전환에 따른 직무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2-2 재취업의 높은 벽
더 심각한 문제는 실직 후 재취업의 어려움입니다. 중년기에 주 직장에서 실직한 남성 임금근로자의 절반 이상(51.5%)이 실직 직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으며, 이는 비교대조군의 미취업 비율(14.1%) 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경력은 풍부하지만 나이가 장벽이 되어 재취업 시장에서 배제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2-3 소득 격차의 확대
조기퇴직은 바로 소득 격차로 이어집니다. 45~52세 사이에 비자발적으로 실직한 중년층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가구 총소득이 200만 원 가까이 낮았으며, 이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한번 무너진 경제적 기반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2-4 이중 부담과 노후 준비 부족
중년층은 자녀 교육비와 부모 부양이라는 이중 부담을 지면서도 자신의 노후 준비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조기퇴직 의향이 없다는 응답자가 44.8%로 10개국 평균 25%를 크게 뛰어넘었는데, 이는 공적연금 급여 수준이 불충분해 은퇴 후 적정한 생계유지가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2-5 고소득층으로의 소득 집중
자산 격차와 함께 소득 격차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가구 소득 증가분은 주로 소득 상위 20%(5 분위) 가구에 집중되었습니다. 전체 가구 소득 중 재산소득과 공적이전소득의 증가 폭이 컸는데, 이는 자산 축적 효과와 연금·사회보장 혜택이 고령층에 집중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반면 청년층 가구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증가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거나 정체되었습니다. 왕성한 경제활동을 해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취업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시장소득 분배지수가 악화되었고, 소득 기반의 불평등 심화가 확인되었습니다.
3. 세대 간 불평등 고착화의 악순환
3-1 자산 승계를 통한 격차 재생산
부모 세대의 자산이 상속과 증여를 통해 자녀에게 이전되면서 '부의 대물림' 현상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부동산을 보유한 부모를 둔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출발선에 설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청년층은 자산 형성의 기회 자체가 제한됩니다.
3-2 계층 이동성의 약화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20년, 30년이 지나 더 큰 격차로 이어지기 전에 소득을 통해 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채용의 기회를 확대하고 주거비 지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청년층이 처음부터 좋은 일자리에 진입하지 못하고 자산 형성의 기회마저 박탈당하면서, 부모 세대의 경제력이 자녀 세대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정도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3-3 경제 활력의 저하
청년층과 중년층의 소비 여력 감소는 내수 경제 침체로 이어집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소비를 위축시키고, 혁신적인 투자나 창업 활동을 저해하여 장기적인 경제 성장 동력을 약화시킵니다. 자산 효과를 누리는 고령층의 소비만으로는 경제 전체의 활력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결론: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적 과제
세대 간 불평등 고착화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실물자산 집중과 중년소득 불안은 서로 연결된 문제이며, 이를 방치할 경우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게 됩니다.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 개편을 통해 자산이 불평등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주거 사다리를 강화해야 합니다.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청년 주거지원 강화도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중년층의 고용 안정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과 경력 전환 지원을 확대하고, 조기퇴직 압력에 노출되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정부는 2024년 '신중년특화과정' 훈련 인원을 2,800명에서 7,500명으로 확대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여 소득 기반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조세 및 사회보장 제도의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여 취약 계층과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전하고, 상속세와 증여세의 합리적 조정, 부동산 보유세 강화, 금융소득 과세 정상화를 통해 자산 불평등을 완화해야 합니다.
세대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세대 간 이해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합니다. 각 세대가 처한 어려움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이 중요할 것입니다. 실물자산 집중과 중년소득 불안으로 인한 세대 간 불평등은 단순한 경제 이슈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기회까지 좌우하는 구조적 리스크입니다. 공정한 출발선 보장, 기회의 평등 실현, 세대 간 연대 구축이라는 원칙 아래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점일 것입니다. 모든 세대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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