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세 논쟁, 국민 건강과 물가 사이에서
2026년 1월 28일, 이재명 대통령의 SNS 발언 하나가 식품업계와 소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는 방안은 어떤가"라는 제안이었습니다. 국민 80% 이상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공유된 이 발언은 즉각 설탕세 도입 논쟁을 촉발했습니다.
청와대는 "의견 수렴 단계"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미 편의점 진열대의 탄산음료 가격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우리는 건강을 위해 더 비싼 콜라를 마실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이 질문 앞에서 찬성과 반대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1. 설탕세를 둘러싼 다층적 쟁점들
(1) 설탕세란 무엇이며, 왜 지금 논의되는가
설탕세는 당류 함량이 높은 식품과 음료에 부과하는 건강 목적 부담금을 의미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권고해 온 정책으로, 현재 전 세계 120여 개국에서 시행 중입니다. 한국에서 이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에는 급증하는 만성질환 문제가 자리합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1월 12일부터 19일까지 국민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1%가 첨가당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 도입에 찬성했습니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2021년 기준 15조 6,382억 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설탕세 논의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2) 세금인가 부담금인가, 프레임 전쟁
'설탕세 도입'이라는 표현에 대해 이 대통령은 즉각 반박했습니다. "일반 재정에 사용되는 세금과 특정 용도를 위해 그 필요를 유발한 원인에 부과하는 부담금은 다르다"며 "설탕세 시행 비난은 여론 조작 가짜뉴스"라고 강조했습니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도 "특정 목적에 쓰이도록 걷는다면 부담금으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담배에 부과되는 건강증진부담금처럼 국민 건강이나 지역 공공의료 강화 등 명확한 사용처를 전제로 설계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소비자와 업계 입장에서는 명칭이 무엇이든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3) 콜라값은 정말 얼마나 오를까
과거 국회에 발의됐다 폐기된 설탕세 법안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구체적인 가격 영향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100ml당 11g의 당류가 들어 있는 일반 탄산음료의 경우, 제조사는 100리터당 1만 1,000원의 부담금을 내야 합니다.
이를 1.5리터 페트병 제품에 적용하면 제품당 약 165원의 부담금이 추가됩니다. 1.8리터 제품은 약 198원이 더해지는 셈입니다. 여기에 유통마진과 부가가치세가 더해지면 실제 소비자가격 인상폭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현재 편의점에서 1,500원대에 판매되는 콜라가 1,700~1,800원대로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식품업계는 이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설탕 부담금까지 더해지면 가격 전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2. 해외 사례가 주는 교훈들
(1) 영국의 성공 스토리
영국은 2018년 설탕세를 도입한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시중에서 구매 가능한 100ml당 설탕 함량이 5g 이상인 음료 비율이 2015년 49%에서 2019년 15%로 급감했습니다. 음료 제조업체의 65%가 세금을 피하려 자발적으로 당 함량을 낮췄고, 연간 약 4만 5,000톤의 설탕이 덜 사용되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18세 이하 아동·청소년의 충치 입원율이 12%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가격 인상보다는 제품 재설계(리포뮬레이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영국의 설탕세는 건강 증진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2) 프랑스의 광범위한 접근
프랑스는 음료 100리터당 포함된 설탕 양에 따라 4.07유로에서 최대 35.63유로까지 세금을 차등 부과합니다. 주목할 점은 설탕 대신 인공 감미료를 넣은 제로 음료에도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인공 감미료의 장기적 건강 영향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조치입니다.
주요 국가별 사례 도표
| 멕시코 | 2014 | 용량 기반 고정 세금 (Volumetric) | 1리터당 약 1페소 (약 10% 가격 인상) | 가당 음료 구매량 6~12% ↓ (1년 후), 장기 37% ↓ (2016년까지), 저소득층 효과 더 큼 |
| 영국 | 2018 | 설탕 함량 기반 차등 levy (SDIL) | 100ml당 5~8g: £0.18/L, 8g 초과: £0.24/L | 설탕 함량 30~47% ↓, 고당 음료 65%가 기준 미만으로 리포뮬레이션, 어린이 비만 예방 효과 |
| 프랑스 | 2012 | 설탕 함량 기반 스케일링 excise | 1g 이하: €0.035/L, 4g: €0.0523/L 등 | 탄산음료 소비 6.7% ↓ (초기 2년), 유럽 내 선구자 사례로 제품 개편 유도 |
| 노르웨이 | 1920~1980s | 광범위 설탕·초콜릿·사탕 등 과세 (장기 유지) | 설탕 기반 고율 excise | 장기적으로 설탕 섭취 억제 효과, 유럽 내 가장 오래된 사례 |
| 남아프리카공화국 | 2018 | 설탕 그램당 세금 (Health Promotion Levy) | 4g/100ml 초과분 0.021 ZAR/g | 탄산음료 가격 1 ZAR/L ↑, 도시 가구 구매량 29% ↓ (1년 후) |
| 태국 | 2017~ | 3단계 ad valorem + excise (6g/100ml 초과) | 설탕 함량에 따라 차등 | 고당 음료 소비 감소 및 리포뮬레이션 촉진 |
| 포르투갈 | 2017 | 설탕 함량 기반 tiered excise | 5~8g: €0.18/L, 8g 초과: €0.24/L (영국 유사) | 가격 인상으로 소비 ↓, 제품 설탕 줄임 효과 |
3. 찬반 양측의 팽팽한 논리
(1) 찬성 측: 건강권과 사회적 비용 절감
설탕세 찬성 진영은 국민 건강권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웁니다. 설탕 과다 섭취로 인한 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이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설탕세를 통해 설탕 소비를 줄이면 장기적으로 의료비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또한 부담금 수입을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함으로써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됩니다. 해외 사례에서 실제로 설탕 섭취 감소와 건강 지표 개선 효과가 입증되었다는 점도 주요 근거로 제시됩니다.
(2) 반대 측: 역진성과 실효성 의문
반대 진영은 설탕세가 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대표적인 역진세라고 비판합니다. 사단법인 온율의 강지아 변호사는 "설탕세는 저소득층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공식품과 가당 음료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또한 설탕세로 인한 가격 인상이 물가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큽니다. 현재도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에게 추가 부담을 주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더불어 부담금을 피하기 위해 제로 음료나 인공 감미료 제품으로 이동할 경우, 장기적 건강 효과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3) 식품업계의 대응 전략
유통·식품업계 전반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설탕 사용 억제와 공공의료 재원 활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민 의견을 물었기 때문에 향후 정책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업계는 두 가지 대응 전략을 검토 중입니다. 첫째는 가격 전가입니다. 부담금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단기적으로는 가장 간단한 해법이지만 소비 감소 리스크를 안게 됩니다. 둘째는 제품 재설계입니다. 영국 사례처럼 당 함량을 낮춰 과세 구간을 피하거나 제로 슈거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전략입니다.
실제로 제로 칼로리·무가당 제품 시장은 이미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설탕세가 도입되면 이러한 제품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제품 재설계에는 연구개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과제입니다.
결론: 건강과 경제, 균형점을 찾아야
설탕세 논쟁은 단순히 세금을 매길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공익과 소비자 부담 증가라는 현실, 그리고 산업 경쟁력이라는 경제적 고려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입니다.
2월 12일 예정된 국회 토론회에서 서울대학교 건강문화사업단,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대한민국 헌정회가 함께 설탕 과다 사용부담금 도입을 논의합니다. 이 자리에서 어떤 방향이 제시될지 주목됩니다.
만약 설탕세가 도입된다면, 그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영국처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당 함량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방식인지, 단순히 세수 확보를 위한 과세인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또한 저소득층 부담을 완화할 보완책과 부담금 수입의 투명한 사용처 관리도 반드시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대통령의 한마디로 시작된 설탕세 논의가 콜라값 인상으로 끝나지 않고,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정책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봅니다. 동시에 소비자와 산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지혜로운 설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건강한 사회를 위한 투자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세금 부담인지는 앞으로의 논의 과정이 결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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