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경제

2025 유통업계 변화: 전통 유통은 밀리고 쿠팡, PB가 질주한 이유

asitis1 2025. 12. 20. 11:49

생존의 기로에 선 유통업계

2025년 12월, 대한민국 유통업계는 '성장'이 아닌 '생존'이라는 단어로 한 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국내 소매시장 규모는 약 521조 원으로 전년 대비 1.2% 성장에 그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습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통업계의 명암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온라인 유통의 승자인 쿠팡은 3분기 매출 12조 8455억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PB 상품 역시 전체 시장이 역성장하는 가운데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로 대표되는 전통 유통은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았습니다. 특히 홈플러스는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업체 간 경쟁의 결과가 아니라, 소비 구조와 플랫폼 기술, 그리고 가성비 중심 소비 트렌드가 결합된 구조적 전환의 결과입니다.


1. 쿠팡의 독주: 데이터와 물류가 만든 신화

1-1.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확보
쿠팡은 2025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12조 845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2245억 원으로 51.5% 증가하며 3개 분기 연속 2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했습니다. 2024년 연간 매출은 302억 6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9% 성장하며 국내 유통기업 중 최고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매출 성장을 넘어 한국 유통업계의 지형을 완전히 재편한 결과입니다. 국내 백화점 전체 소매판매액이 40조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쿠팡 혼자서 전체 백화점 업계에 맞먹는 규모로 성장한 셈입니다. 활성 고객 수는 3분기 기준 247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으며, 이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쿠팡을 이용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1-2. 성공의 세 가지 핵심 요소
첫째, 혁신적인 물류 시스템입니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전국 100여 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도서산간 지역까지 커버하며 대체 불가능한 편의성을 제공합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상품 주문량을 예측하고, 로봇 공학을 활용해 물류 과정을 자동화하며, 빅데이터로 배송을 최적화한 결과입니다.

둘째, 와우 멤버십의 생태계 락인 효과입니다. 업계에서는 쿠팡와우 회원비가 쿠팡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평가합니다. 1500만 유료 회원의 연간 와우 회원비 수입은 1.4조 원을 넘으며, 이는 2025년 예상 영업이익 9850억 원보다 큰 규모입니다. 무료배송,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 다양한 서비스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며 고객이 플랫폼을 떠날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셋째,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수익성 개선입니다. 메리츠증권은 쿠팡이 2025년 매출 50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며 거래액 기준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2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물류센터 운영 효율화, 공급망 최적화, 3자 물류 비중 확대 등이 수익성 개선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 전통 유통의 몰락: 고비용 저효율의 한계

2-1.대형마트의 붕괴와 홈플러스 법정관리
홈플러스는 임대료, 금리, 물류비, 인건비가 동시에 치솟는 복합 압력에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2025년 3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습니다. 2022년부터 3년 연속 1000억~20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24년 11월까지 3분기 가결산 기준 적자는 1571억 원에 달했습니다.

홈플러스는 인수자를 찾기 위해 우선협상자를 선 지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시작했다가 공개 입찰로 전환했지만, 11월 26일 1차 공개경쟁 입찰에 참여한 기업이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구조조정 비용 부담, 대형마트 업황 부진, 채권자·노조·입점 업주의 복잡한 이해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현금 흐름 악화로 홈플러스는 12월 초 폐점을 보류해 온 15개 점포 중 가양·장림·일산·원천·울산북구점 등 일부 점포의 영업 중단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전국 126개 매장을 운영하는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기업의 법정관리가 유통업계 전체에 미치는 충격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2. 백화점의 양극화 심화
2025년 상반기 백화점 57개점 합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에 그쳤습니다. 신세계 강남, 롯데 잠실 등 매출 6000억 원 이상의 상위 9개점은 합산 매출 8조 9553억 원으로 전체의 50.8%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4.3% 성장했습니다. 반면 매출 1000억 원 미만 하위 16개점은 합산 1조 24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7% 감소했습니다.

지방 백화점이 고전하는 이유는 미디어 발달로 지방 소비자들도 최신 트렌드를 광범위하게 흡수하는데, 백화점들이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코스트코나 쿠팡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2025년을 IMF 시기에 이어 제2차 지방 백화점 구조재편의 원년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2-3. 중소 이커머스의 완전 몰락
2024년 말 티몬·위메프 사태는 2025년 중소형 이커머스의 몰락을 가속화했습니다. 위메프는 인수자를 찾지 못해 11월 파산 선고를 받았으며, 11번가는 전년 대비 30%, G마켓은 17%, SSG.COM은 16% 매출이 감소하며 네이버·쿠팡 중심의 투톱 구도가 완전히 고착화되었습니다.

신세계, 롯데쇼핑, GS리테일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도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중간 규모 플랫폼들이 설 자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3. PB 상품의 진격: 고물가 시대의 현명한 선택

3-1. 폭발적 성장세의 비밀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오프라인 전체 일상소비재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1.2% 역성장한 반면, PB는 오히려 1.6% 성장했습니다. 편의점 PB는 11.2% 증가하며 모든 유통 채널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NIQ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국내 PB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11.8% 성장했습니다.

PB 상품이 이처럼 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 소비자의 77%가 PB를 일반 브랜드의 대체재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으며, '가격 대비 품질 만족'이 주요 구매 이유로 꼽혔습니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 유통 구조가 단순해지고, 마케팅 및 유통 비용을 줄여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3-2. 품질 신뢰도 향상과 전략적 확대
과거 'PB=저렴하지만 품질이 낮다'는 인식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마트 노브랜드는 2015년 9개 상품에서 현재 1600여 종으로 확대되었고, 2023년 매출 1조 38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쿠팡의 '곰곰'은 2021년 1조 568억 원에서 2023년 1조 6436억 원으로 성장했습니다.

GS25는 가격을 20~30% 낮춘 '리얼프라이스' 라인업을 100종 이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관련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두 배인 1000억 원으로 설정했습니다. CU는 신규 마스터 PB 'PBICK(피빅)'으로 차별화에 나섰고, 세븐일레븐은 1000원 미만 음료 PB를 앞세워 가격 민감층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유통업체가 PB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제조사 브랜드를 판매할 때 발생하는 판촉비, 광고비 등이 PB에는 발생하지 않아 마진율을 5~10% 이상 높일 수 있습니다. 쿠팡의 PB 브랜드인 'CPLB'에 상품을 제조하고 납품하는 중소 파트너사 수는 2024년 말 기준 630곳으로, 2019년 160곳에서 4배 증가했습니다.

 

4. 2025년 유통업계를 관통하는 핵심 변화

4-1. 온라인 침투율의 지속 상승
2024년 국내 소비시장 온라인 침투율은 50.4%를 기록했고, 2025년에는 52%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5년 9월 기준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반면 온라인 매출은 16.5% 증가했습니다. 온라인 쇼핑 비중은 전체 소매시장의 53.5%를 차지하며 오프라인을 완전히 앞질렀습니다.

특히 전체 소비시장의 35%(179조 원)를 차지하는 식품 카테고리의 빠른 온라인화는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들에게 큰 기회 요인입니다. 과거 신선식품은 오프라인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이 일상화되며 이 경계마저 무너졌습니다.

4-2. 플랫폼 신뢰 리스크의 부상
2025년 11월 말, 쿠팡에서 약 3370만 건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11월 6일 비인가 무단 접근이 발생했으나 쿠팡은 이를 12일 후인 11월 18일에야 고객 민원을 통해 인지했습니다. 처음에는 4500개 계정 유출로 발표했으나, 후속 조사 결과 11월 29일 3370만 개 계정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유출된 정보는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배송 주소록, 주문 정보 등이며, 결제 정보와 로그인 비밀번호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태로 국회 청문회와 경찰 수사가 이어졌으며, 이어 12월에는 G마켓에서도 60여 명 계정이 도용되고 무단 결제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보안, 책임, 배상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향후 유통 플랫폼은 성장과 동시에 규제와 책임을 함께 감당해야 할 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결론: 유통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2025년 유통업계 변화는 '부동산 기반 유통의 시대가 저물고, 데이터·물류·PB 기반 플랫폼 유통이 표준이 된 전환점'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쿠팡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유통은 혁신적인 기술과 물류 시스템, 고객 중심 서비스로 압도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로 대표되는 전통 유통은 구조조정과 혁신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홈플러스의 법정관리는 단순히 한 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고정비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전통 유통 전체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없습니다.

PB 상품은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서유럽의 PB 시장 비중은 30~50%에 달하지만 한국은 아직 4% 수준입니다. 품질과 다양성을 확보한다면 한국 PB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큽니다.

2026년 민간소비는 2025년에 비해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업계 시각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유통업계의 향방은 얼마나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이루고, 소비자 경험을 혁신하며, PB를 통한 차별화 전략을 펼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2025년 유통업계의 승자는 더 많은 매장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의 불안과 니즈를 가장 정확히 이해한 기업이었습니다. 쿠팡과 PB의 질주는 단순한 기업 성공 사례가 아니라, 불황 시대 소비 구조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지표입니다. 앞으로의 유통 경쟁은 가격이 아닌 신뢰·속도·구조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