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플레이션 논란, 이제 숫자로 확인하는 시대
2025년 12월 15일부터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10곳에서 메뉴판과 배달앱에 닭고기 조리 전 총중량을 그램 또는 호 단위로 의무 표기하는 제도가 시행됩니다. "치킨 줄어들면 바로 보인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현실이 되는 순간입니다. 그동안 체감으로만 느껴왔던 치킨의 양 변화를, 이제는 명확한 숫자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번 제도는 단순한 표기 의무를 넘어섭니다. 교촌치킨이 2024년 9월 11일 순살치킨 중량을 700g에서 500g으로 줄이고 원재료를 닭다리살에서 닭가슴살 혼합으로 바꾼 사실이 드러나면서 촉발된 이 조치는 외식업계 전반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양이 줄어드는 슈링크플레이션 관행에 제동을 걸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정책입니다.
1. 중량 표기제의 실체와 외식업계의 변화
1-1. 치킨 줄어들면 바로 보인다: 투명성 확보의 시작
BHC, BBQ치킨, 교촌치킨, 처갓집양념치킨, 굽네치킨, 페리카나, 네네치킨, 멕시카나치킨, 지코바치킨, 호식이 두 마리 치킨 등 10대 가맹본부와 소속 가맹점 약 1만 2560개가 중량 표기 의무 대상입니다. 이는 전국 치킨 전문점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치킨 시장의 주요 브랜드들이 모두 포함됩니다.
표기 방식은 명확합니다. 메뉴판, 배달앱, 인터넷 홈페이지 등 모든 주문 창구에서 가격과 함께 닭고기의 조리 전 총중량을 그램 또는 호 단위로 표시해야 합니다. Ebn 한 마리 단위로 조리하는 경우에는 '10호(951~1050g)' 같은 방식으로 호수와 함께 무게 범위를 병기할 수 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주문하기 전에 정확한 중량 정보를 확인하고, 브랜드 간 가성비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2. 교촌치킨 사태가 남긴 교훈
교촌치킨은 2024년 9월 11일부터 간장순살과 레드순살 등 기존 순살치킨 4종의 조리 전 중량을 700g에서 500g으로 줄였습니다. 단순히 중량만 줄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닭다리살 100% 콘셉트를 포기하고 단가가 낮은 닭가슴살을 혼합 사용하기로 했지만, 소비자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교촌치킨은 한 달여 만에 백기를 들었습니다. 2024년 10월 23일 교촌에프앤비는 리뉴얼한 순살 메뉴 4종의 중량과 원육 구성을 종전으로 환원한다고 밝혔고, 11월부터 이를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 신뢰는 크게 손상된 뒤였습니다. 이 사건은 외식업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치킨 줄어들면 바로 보인다는 사실과 함께,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1-3. 계도기간과 강화된 감시체계
정부는 자영업자의 부담을 고려했습니다. 2026년 6월 30일까지를 계도기간으로 설정하여 위반 사례가 적발되어도 올바른 표시방법을 안내하는 수준에서 조치하지만, 2026년 7월 1일부터는 시정명령과 반복 위반 시 영업정지 등 엄정한 처분을 시행합니다.
소비자 감시망도 강화됩니다. 한국소비자원과 소비자단체협의회는 2026년 1분기부터 10대 치킨 브랜드의 제품을 직접 구매해 중량과 가격 정보를 비교·분석하고 이를 분기별로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용량꼼수 제보센터를 운영하여 소비자들이 직접 시장 감시에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민간 감시 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직접 지원하여 감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했습니다.
1-4. 가공식품 분야의 제재 강화
치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공식품 분야에서는 용량을 5% 넘게 줄이면서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을 경우, 기존의 시정명령에서 2025년 하반기부터 품목제조정지명령으로 제재 수위를 높여 꼼수 감량 유인을 원천 차단합니다. 이는 식품업계 전반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조치입니다.
1-5.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권 보장
중량 표기제의 핵심은 정보의 투명성입니다. 치킨 줄어들면 바로 보인다는 원칙 아래, 소비자들은 이제 같은 가격이라도 그램 수를 직접 비교하여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간 경쟁도 가격뿐 아니라 실제 제공량을 기준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업계는 이제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명확한 중량을 유지하거나, 가격 조정의 정당성을 설명하거나, 품질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하는 것입니다. 모호한 체감에 의존하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결론: 숫자로 말하는 신뢰의 시대
"치킨 줄어들면 바로 보인다." 이 문장은 이제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제도적 현실이 되었습니다. 2025년 12월 15일부터 시행된 중량 표기제는 외식업계에 투명성과 책임의 기준을 새롭게 세우는 전환점입니다.
소비자는 더 이상 느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숫자로 확인하고, 비교하고, 선택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치킨을 넘어 떡볶이, 피자 등 외식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가 즉석조리식품 전반으로 규율 체계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명확합니다.
업계는 이제 정직한 영업으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교촌치킨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꼼수는 결국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뿐입니다. 반대로 투명한 정보 공개와 품질 개선으로 경쟁하는 브랜드는 소비자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을 것입니다.
중량 표기제는 단순한 규제가 아닙니다. 정보 공개를 통한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정책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치킨 줄어들면 바로 보인다"는 원칙이 모든 먹거리 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되는 날, 우리는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소비 환경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